작업의 시작은 무의식 속에 떠다니는 이미지 조각을 잡아내는 것이다. 경험과 생각, 상상 속에서 잡아올린 이미지들의 결합은 미처 인지하지 못했던 곳까지 드러내곤 한다. 스쳐 지나가는 순간, 시간이 지나고 사라질 것들. 그림은 그것들을 붙잡아 하나의 존재로서 기록하는 과정이다. 이들이 모여 하나의 풍경이자 작은 세계를 이루고, 이야기들을 만들어낸다.
초상화 시리즈는 당연하다 여겨지는, 기억될 가치조차 갖지 못하는 흔한 죽음에 대한 기록이다. 어릴 적부터 좋아했던 동물 중 하나이자 동경의 대상이었던 물고기. 그 물고기를 제일 가까이 접할 수 있었던 수산시장에서는 죽음의 인상을 강하게 받았고, 그들이 만약 여기 있지 않고 자신의 삶을 살았다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에서 지금의 작업이 시작되었다.
마치 존재가 없는 것처럼 느껴진 죽음에 대한 기록에서 시작하여, 그들이 살았을 다양한 삶의 순간들을 그림에 담아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