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라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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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10. 6 ~ 2022. 11. 3

전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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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하는 이미지의 항구

박소라 작가의 화폭에는 미술계의 가장 상징적이고 대표적인 장면이 등장한다. 바로 전시 현장이다. 다만 여기에는 예술을 온전히 반영한다고 단정키 어려운 결함이 있다. 그것은 예술 특유의 품위와 고결함과 희귀성이다. 박소라 작가는 원작이 명백히 존재하는 도상을 옮겨 그린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곧이곧대로 재현해 내지 않는다. 각각 작품들의 외형은 단순화되고, 간섭되고, 번지고, 뭉개지고, 흘러내린다. 어떤 때는 무심하고, 어떤 때는 냉담하며, 어떤 때는 신경질적인 정서가 작가의 손끝에 배어 있다. 예술적 성취의 결정 체인 원작은 박소라 작가에 의해 재현됨으로써 유일성에 한 번 타격을 받고, 왜곡됨으로써 심미성에 또 한 번 타격을 받고, 마지막으로 엉뚱한 장소에 무작위적으로 배치됨으로써 맥락상의 타격을 받는다. 작가가 구현해 낸 전시 현장은 예술적 가치와 의미를 되새겨 보는 데 관심이 없음이 자명하다.

박소라 작가의 관심은 현대적 이미지가 드러내는 다분히 변칙적인 행보에 있다. 우리는 데이터화된 이미지들의 포화상태를 경험하고 있다. 이런 이미 지는 공적 자원이다. 도용, 복제, 편집, 그리고 재생산은 현대인의 만연한 행태다. 그러므로 이미지의 범람은 더욱 가속화되고 다변화되는 양상으로 전 개된다. 어느덧 이미지는 그것이 지시하는 대상, 즉 실물이나 원본과는 무관한 정체불명의 무엇이 된다. 이제는 너무나 일상적이고 매우 흔한 현상이 라대수롭지않게보아넘길수도있는문제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술분야는 여전히 오리지널리티를 향해 가해지는 타격에 대해 위협적으로 느끼고 예민하게 반응한다. 원작을 보존하려는 의지가 강하게 작동하는 마지막 보루나 마찬가지다. 그런 의미에서 박소라 작가에게 전시의 장면은 시각예 술을 끌어들이기 위한 구실로 작용한다. 작품의 주제의식을 가시화하고 충격효과를 가중시킬 수 있는 매우 적절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작가의 작품은 사회적으로 팽배한 무감각에 반하여 이미지의 유포와 확산, 그리고 그로 인해 벌어지는 농간을 노골적으로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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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은 온라인 환경이 이미지에게 하달하는 명령이다. 이미지를 다루는 시 각예술가로서 박소라 작가는 그 명령을 충실히 이행할 따름이다. 작업에 돌 입하기 전에 작가는 온라인에 침투한다. 이곳에 주둔하는 이미지는 원본을 사수하기 위한 다툼을 벌이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은 막강한 세력의 회유에 넘어가서 첩보활동에 가담한다. 이미지는 완전한 신분세탁에 성공한다. 그들 은 더 이상 실물이나 재현물이 아니다. 기록/촬영장치를 동원하여 데이터화 된 시각정보다. 작가는 검색을 통해 이미지를 확보하고 그것을 다시 회화로 옮긴다. 고로 작가가 다루는 여타의 도상들은 이미 원작이 지닌 광휘와 생기 를 잃고 박제된 것들이다. 싸늘하게 식어 있으며, 건조하게 굳어진 상태다. 범 접할 수 없는 아우라와 유일성은 실추되었다. 박소라 작가가 작품의 이미지를 제멋대로 조작하고 흠집을 낼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박소라 작가가 구현해낸 전시 공간은 인터넷 공간에 대한 은유로 독해된다. 끊임없이 변질되고 번식하는 이미지들에 의해 점령되는 제 3의 장소로 제동된다. 인터넷은 각종 이미지들이 제국주의적 침략을 일삼는 영토다. 이 미지는 인터넷 검색창을 점령하기 위한 몸집 부풀리기에 돌입한다. 주지하 다시피 실물의 가치에 기반한 보존과 지속의 문제는 약화되었다. 반대로 파급력에 기반한 보급과 확산의 문제에 더욱 몰두한다. 단적인 예로 구글 google에서 ‘apple’을 검색어로 입력하면, 먹음직스러운 사과 대신 특정 브랜드의 로고나 전자기기로 도배된다. ‘apple’이라는 단어가 지닌 본래의 사전적 의미는 막강한 파급력을 행사하는 거대 기업에 의해 대체된다. 이는 하나의 징후로서 원본이 처한 불가피한 운명을 폭로한다.

이미지는 분명 원본이 잉태한 자녀들이다. 하지만 그들은 자기를 속박하는 원본과의 혈연관계를 가차없이 끊어 버린다. 그리고는 검색어/키워드에 의 탁한다. 검색어와 키워드는 시시각각 변동하는 해류다. 이미지는 정해진 항 로 없이 해류를 따라 표류한다. 어떻게든지 대세에 합류하여 더 빈번하게 노출될 수 있는 기회를 엿본다. 이때 이미지는 자기발생의 원인이자 근본인 오리지널리티를 망각하게 된다. 오래 전, 발터 벤야민의 견해는 오늘날 한층 더 확고하게 실체화되었다. “복제기술은 복제된 것을 전통의 영역에서 떼낸 다. 복제기술은 복제를 대량화함으로써 복제 대상이 일회적으로 나타나는 대신 대량으로 나타나게 한다. 또한 복제기술은 수용자로 하여금 그 때 그 때의 개별적 상황 속에서 복제품을 쉽게 접하게 함으로써 그 복제품을 현재화한다.”1 비록 벤야민은 인터넷의 존재를 상상조차 하지 못했겠지만, 이것이 현대적 이미지의 생태계다.

박소라 작가는 이미지의 유통과 효과를 확연하게 드러낸다. 기성 작품을 차 용하는 방법론은 이미지의 무제한적 복제에 일조하는 행위다. 작품의 도상 에 가하는 손상은 이미지가 무분별하게 편집되는 세태를 답습한 결과다. 전 시공간은 오로지 주류에 편승하려는 인터넷의 속성을 반영한다. 그렇기 때문에 작가는 유명 작품들을 위주로 선별한다. 이 지점에서 특정 작가의 고유한 창작물은 박소라 작가의 작품 일부로 소환된다. 그것은 본래의 맥락을 상실한 채 내용 없는 껍데기로 출몰한다. 종합해 보자면 오늘날 이미지의 덕목은 복제/재생산에 의한 자가번식, 조작에 의한 자기부정, 그리고 어느 용도 어느 의미에나 저항없이 적용될 수 있는 모호함과 내용없음이다.

홍용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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